Saturday, November 6, 2010

지구의 온난화와 포도 수확

글 보르도 경영대학 (BEM, Bordeaux Management School, Bordeaux ESC) 교수 홍석진

* 이 글은 자원평가연구소에서 발행하는 "Wine Review" 2010년 11월호에 실린 기사임

내가 마시는 와인과 지구온난화와는 무슨 연관이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지구온난화 하면 자기 자신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로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의 문제는 우리모두의 일상과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지구의 온난화가 와인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할지 생각해보자.

2010보르도의 포도수확 일기

10월 초순, 보르도는 한창 포도 수확을 마무리 하는 시기이다. 올해의 프랑스 전체 포도 수확에 따른 포도주 예상 생산량은 2005년부터 2009년의 평균 정도인 4천 7백만 헥토 리터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꼬냑 지방의 경우 예년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보르도의 경우 예년 정도, 프랑스 남부의 랑그독 루시옹 지역은 7월 초 일기 불순으로 포도 수확이 줄어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의 기온은 최고의 더위를 기록했던 2003년과 비슷한 분포를 보였고 물 부족 또한 경험한 한 해였다. 그러나 저녁 기온은 다른 해와 비교했을때 서늘하여 산도가 충분하게 유지된 해로 평가되고 있다.

포도밭의 불청객, 지구온난화로 인한 영향

포도 수확은 빠른 경우 8월 말부터 이루어지고 있다. 보르도 지역의 경우 백포도주 생산이 많은 앙트르 두 메르, 빼싹 레오냥으로부터 시작하여 메독, 쎙떼밀리옹으로 이어진다. 수확품종 순서로는 소비뇽 블랑, 세미용 등의 화이트 품종이 먼져, 이후 레드 품종의 수확이 비로소 시작된다. 필자가 일주일 전에 방문 했던 뽀이악(메독 지방)의 샤또 랭슈 바쥬(1855년 등급)는 이미 화이트 품종은 끝났고, 레드 품종은 9월 중순부터 시작했는데 경작지 면적이 적은 쁘띠 베르도, 까베르네 프랑, 메를로, 까베르네 소비뇽 등의 순으로 수확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처럼 포도 수확이 한창인 시기에,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에 관한 이슈가 가장 큰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양조 전문가인 베르나르 까니쇼가 2002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45년부터 2000년 까지 메독과 꼬뜨 뒤 론 지방의 포도 수확시기가 한달 정도 앞당겨진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는 포도나무의 진화과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보르도 지방에서는 포도나무의 싹트는 시기가 1970년 대와 비교했을 때 약 14일 앞당겨 졌고, 알자스 지방의 경우는 약 3주 정도 앞당겨지고 있는 것으로 국립농업연구소 (INRA)의 에릭 뒤센느는 보고하고 있다.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한 필수 조건 중 하나로 포도가 익는 과정에 있어서의 적당한 온도와 기간을 들 수 있다. 그러나 포도가 무르익는 기간이 너무 늦을 경우 와인의 신맛, 향과 알코올 도수 에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그 기간이 너무 짧을 경우에는 포도주의 섬세함과 신선도에 영향을 미친다. 보르도의 농업전문대학 (ENITA) 키스 반 루벤은 적당한 포도 수확시기는 9월10일에서 10월 10일 사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와인에 미치는 영향

여름이 너무 더운 경우 와인의 품질에 불균형이 뚜렷해 질 뿐 아니라 당분이 높아지고 아로마의 향이 무뎌지며 수확량이 떨어진다. 1980년대 대비 보르도 지역의 평균 온도가 약 1.2도 높아 졌고, 2100년에는 1.8도에서 6도 정도 높아질 것으로 유럽의 기상 관측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보르도의 경우에는 온도 상승이 비교적 느린 편에 속해 있다 보니 프랑스의 다른 지역에 비해 더위의 영향을 그나마 적게 받고 있지만 부르고뉴, 알자스, 샹빠뉴 지방의 경우 이미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포도 품종이 조숙하여 전문가들의 우려를 낳고 있기도 하다. 한편, 품종 중에서는 보르도 메독 지방에서 주 품종으로 쓰고 있는 까베르네 소비뇽과 쁘띠 베르도의 경우 다른 품종에 비해 더위의 영향을 적게 받는 편이다.

포도밭에서의 대책

이러한 지구 온난화에 대한 대처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 지고 있다. 포도 나뭇잎을 솎아내는 작업을 적게 하여 포도 송이 자체가 햇볕의 영향을 적게 받도록 하거나 포도나무의 방향을 바꾸는 등의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 밖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방법으로는 더위(건조)에 잘 견디는 품종과 교배하는 등 품종의 다양화가 제시 되고 있다. 즉 더위가 지속될 경우 더위에 잘 견디는 품종을 전문가들은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포도 품종의 개량에는 보르도 와인의 특색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진행해야 한다고 와인 및 와인 품종 연구소(ISVV)의 세르쥬 델로트는 지적하고 있다. 현재 쌩떼밀리옹의 샤또 슈발-불랑 (그랑크뤼 클라쎄), 메독의 샤또 라로즈-트랭토 (크뤼 부르쥬아) 등에서는 포도 묘목을 개량하는 실험을 시행 중에 있기도 하다.

이와 더불어 보르도 와인 생산자 협회 (CIVB)에서는 포도주를 생산하는데 있어 얼마만큼의 이산화탄소 가스를 배출하는지를 발표하였다. 2007년 기준 20만 3천 톤을 배출하여 인구 8만 5천명의 도시에서 배출하는 양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CIVB에서는 2020년 까지 20% 감축 목표를 제시하였다. 이 목표는 생산자 측면에서 물과 에너지의 사용을 줄이고 재생 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일부 생산자 (샤또 뽕떼-까네)는 트랙터 대신 말을 이용하고 있고, 네고시앙의 경우 도로운송보다 선박을 우선적으로 사용할 계획을 발표하였다.

산업화가 진전된 이후 지구 온난화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0년의 온도 상승 폭은 매우 가파르게 진행되어 포도주의 질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보르도 포도주의 경우 2009년이 2005년을 능가하는 최고의 해가 될 것이라는 예측과 2010년이 비교적 성공적인 해라는 점에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는 듯하다. 이는 보르도 지역의 온도 상승폭이 비교적 적고, 더위에 강항 품종을 사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보르도 지역의 포도주 관련 많은 연구자들은 지구 온난화가 포도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앞으로의 추세에 더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르도 경영대학 (BEM, Bordeaux Management School, Bordeaux ESC) 교수 홍석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