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사 설립 바람은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항공산업 경쟁력 키울 호재
안정성은 저운임 ·고운임과는 별개다
홍석진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우리나라 민간 항공운송산업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은 대한항공공사가 1968년 10월 민영화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이듬해 2월 대한항공이 인수한 시점부터다. 그로부터 약 20년 뒤인 88년에는 아시아나항공이 시장에 진입하여 복수 항공사를 통한 경쟁체제가 도입됐다. 다시 17년 뒤인 2005년 8월31일에는 청주를 기반으로 한성항공이 청주~제주 노선을 운항했다. 2006년에는 제주항공이 등장해 국내 주요 간선 노선인 김포~제주·부산 등을 운항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항공운송산업은 약 20년을 주기로 양적·질적인 성장을 해왔다. 국제 항공운송은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연평균 여객은 10%, 화물 7.5%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동북아 지역의 인적·물적 교류의 폭과 깊이가 확대되고, 우리 정부가 지속적으로 항공자유화 정책을 추진한 결과다. 그러나 국내 항공운송은 국내 고속도로망이 확충되고 고속철도가 등장함에 따라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저가항공사의 설립 바람은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호재다. 다양한 형태의 사업자가 시장에 참여함으로써 단조로운 시장 구조를 다양화하고, 공급자 간의 치열한 경쟁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동남아 지역의 저가항공사는 저운임뿐 아니라 서비스 혁신을 통해 효율성을 높여 성공했다. 저가항공사는 단순히 낡은 비행기에다 미숙한 인력을 활용하면서 필수적인 서비스 단계를 줄여 운임을 낮춘 게 아니다. 저가항공사는 끊임없는 내부 혁신을 통해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틈새시장을 파고들 게 아니라 시장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그동안 항공운송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경쟁의 무풍지대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저가항공사의 등장은 항공운송산업의 구조를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의 시장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저가항공사가 확산되면 역내 인적 이동이 활발해지고 관광시장의 외연도 넓어져 주요한 물류 인프라가 될 것이다.
현대사회를 ‘위험한 사회’로 규정하고 있지만, 위험은 신규 시장 진입자에든 기존 항공사에든 똑같이 다가올 수 있다. 따라서 아직 탄생하지 않은 항공사에 대해서 운항 안전성이 취약하다는 사전판단으로 시장 진입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 되레 항공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뿐이다.
그보다 항공사 내부의 항공안전문화에 대한 인식을 다질 일이다. 1990년대 중반 저가항공사를 표방하고 등장한 발루제트의 신화가 공중분해된 것은 안전문화를 다지지 못한 데 있다는 미국 보고도 있다. 급성장을 하는 바람에 조직 안 안전문화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해 109명의 탑승객 전원이 숨지는 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러한 안전문제는 예방안전 프로그램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지를 잘 감시하면 된다. 저가항공사의 경쟁력은 우리 항공운송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현재 드러나지 않은 요인으로 진입장벽을 쌓기보다는 시장원리에 따른 진출입의 자유를 보장하자. 다만 상시적인 안전 프로그램과 감독시스템을 체계화해 항공운송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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