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버로우 2000 에어쇼: 에어버스와 보잉의 초대형 여객기 경연
아래의 글은 2000년 7월 23일 대한항공 사내지인 Skynews 9호에 실린글입니다.
아래에서 언급되고 있는 A3XX는 현재의 A380, B747X는 B747-800시리즈의 항공기이다.
항공여행과 항공운송업에 대해 점차 매력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매 짝수 해의 초가을쯤이면 가고 싶어지는 곳이 있다. 그곳에 가면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과거형의 항공기가 아닌 현재형 또는 미래형의 항공기를 접할 수 있다. 또한 항공기에 대한 동경심을 가진 사람,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 주려는 부모는 물론 최첨단의 항공기를 판매하러 온 비즈니스 맨, 자국의 국력을 과시하러 온 홍보요원 등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다.
그곳은 영국 런던에서 남서쪽으로 약 40여 킬로미터 떨어진 팬버로우. 1920년대 초부터 시작되어 어언 80년의 연륜을 자랑하며 세계 으뜸 에어쇼로 자리매김한 팬버로우 에어쇼 행사장이다. 올해는 'Farnborough International 2000'으로 명명됐고, 전에는 9월에 열렸으나 올해부터는 파리 에어쇼 개최기간과의 간격과 날씨를 감안, 일기가 좋은 7월로 앞당겨 24∼30일 1주일간 열린다. 일반적으로 '에어쇼'라고 하면 홀수 해에는 파리 근교의 부르제 공항에서 열리는 파리 에어쇼를, 짝수 해에는 런던 근교의 팬버로우에서 열리는 팬버로우 에어쇼를 연상한다.
파리 에어쇼와 함께 세계 양대 에어쇼
파리의 에어쇼는 1909년부터 시작하여 가장 오래되고 참가자 수도 가장 많은 행사로 항공기를 대중과 친숙한 교통수단으로 발돋움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또한 에어쇼를 통해 청소년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주고, 항공산업의 발전 계기를 마련하는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비해 팬버로우 에어쇼는 파리에어쇼에 비해 다소 열세이긴 하나 상용 여객기에 더해 군용기 및 소형기 부문에서 강세를 띠며 각국의 군수산업 박람회장 역할을 톡톡히 해내, 인기를 끌고 있다.
1932년 영국의 핸던에서 6개의 항공사 및 엔진 제작사에 첫 에어쇼를 개최했고 그후 해마다 개최해 오며 장소를 하츠필드, 래드렛 등으로 옮기기도 했다. 1948년 영국 왕실 공군 기지였던 팬버로우로 옮겼으며, 이후 개최지를 이곳으로 고정, 62년부터 격년제로, 72년부터 전 유럽적인 행사로, 74년부터 세계적인 행사로 성장,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올 팬버로우 2000 에어쇼는 98년 대비 10퍼센트가 증가한 업체 및 방문객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98년 17만 명 방문객, 1천325개 전시업체 참여) 지난 6월 초에 발표된 유럽통합우주방산업체(EADS)의 태동을 발표한 직후에 열리는 행사여서 미국의 방산업체의 촉각이 예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항공·우주 관련 회사들의 각축이 점쳐지고 있다.
A3XX와 B747X와의 대결
민간항공 부문에서는 예년에 비해 큰 이슈가 없는 가운데 4∼5년 전부터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초대형기에 대한 상업성 측면에서 에어버스사의 선두 자리 굳히기와 보잉사의 에어버스사 따라잡기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에어버스사 측은 수년 전부터 B747-400과 비교하여 운항 비용을 15퍼센트 정도 낮게 유지할 수 있는 2층 구조에 455~656석 규모 (3-클래스인 경우 550명 규모)의 A3XX 항공기 개발에 착수하였다.
하지만 수요에 대한 전망이 보잉사와 크게 다를 뿐 아니라 일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성공 여부에 대해 의심을 표명하는 쪽이 많았다. 거기에 아시아 지역의 경제 위기로 한동안 많은 진척을 이루어 내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99년 들어 아시아 지역의 경기가 회복되고, 싱가포르 에어쇼를 통해 싱가포르 항공과 캐세이 퍼시픽 등이 A3XX에 대해 관심을 재표명하였고, 6월 초에 버진 아틀랜틱 에어웨이즈가 유럽의 항공사로서는 처음으로 관심을 보임으로써 점차 초대형기에 대한 양사간의 경쟁이 가시화됐고 이번 에어쇼를 통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A3XX는 종전의 에어버스기가 갖고 있는 부식에 대한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알루미늄과 광섬유를 합성한 '글레어(Glare)'라는 물질로 만든 동체가 특징인데, 2006년에 제작 완료, 실용화 할 수 있도록 올 내로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반해 보잉사는 뒤늦게나마 B747-400을 확장한 B747X를 대응 모델로 내세우고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며 이에 대한 시장 반응을 이번 팬버로우 에어쇼를 통해 본격적으로 탐색할 것으로 보인다.
베를린·싱가포르 에어쇼 후발 도전
에어쇼는 그 경제적인 파급 효과가 매우 커 많은 나라에서 국가적인 행사로 개최하고 있다. 그 중 해마다 2월에 아시아 권을 대표하는 싱가포르 에어쇼와 매 짝수 해에 열리는 베를린 에어쇼(ILA : International Aerospace Exhibition)가 파리 및 팬버로우 에어쇼에 가장 강력히 도전하고 있다. 특히 베를린 에어쇼(올해 6월6∼12일 개최)는 팬버로우와 같은 해에 열리며, 같은 지역(유럽)에서 행사가 치뤄짐으써 팬버로우 에어쇼에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 되고 있다.
유럽 지역의 후발 주자로서 많은 노력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특히 인터넷을 통해 전시 참가 업체와 상담자들을 전시회 열리기 전부터 연결해 주는 'ILA-Matchmaking'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흥미를 끌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베를린 행사를 주관하는 측에서는 유럽에서 열리는 3대 에어쇼를 매 3년마다 교대로 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주요 민간 항공기 제조업체와 미국의 주요 방위산업체의 참가율이 적어 양대 에어쇼와 어깨를 견주기는 아직 시기 상조로 보여 그들의 제안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이다.
올해 2월21∼28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지역의 최대 에어쇼에서는 97년 이후부터 지속돼온 이 지역의 경제위기 상황이 점차적으로 탈출하고 있음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 행사로 평가됐다. 참가자 수가 적었던 98년에 비해 휠씬 많은 900여 개의 업체에서 참가한 금년의 행사는 특별한 주문이나 항공기 개발 프로그램 등이 발표되지는 않았다.
상업 민항기 강화, 후발과의 격차 늘여
그러나 이번 싱가포르 에어쇼를 통해 보잉사에서는 B777-200X와 B777-300X 개발 계획을 발표하였다. B777-200X는 B777-200에 비해 항속거리가 약 1천900킬로미터 증가한 1만6천160킬로미터의 항공기로, B777-300X는 B777-300에 비해 2천880킬로미터 증가한 1만3천280킬로미터의 항속거리를 가진 항공기로 개발될 계획이다. 이는 에어버스가 개발하고 있는 A340-500과 A340-600에 경쟁하는 기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중동의 두바이에서는 주로 군용기 (군용헬기, 전투기, 자가용 비행기)를 중심으로 해마다 개최되는 에어쇼도 있다. 이렇게 전세계에서 크고 작은 수많은 에어쇼 가운데 파리 및 팬버로우 에어쇼는 그 전통과 규모 면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
또한 두 에어쇼를 통해 에어쇼가 갖고 있는 경제적인 파급 효과와 항공산업이 갖는 첨단 기술력 구현성 등을 발전시키면서 계속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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