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_ 홍석진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조선일보, 2008. 4. 30일자에 기고한 글입니다.
국내 민간 항공운송산업은 대략 20년을 주기로 큰 변화를 겪어 왔다. 1968년부터 1988년까지는 대한항공이라는 단일 항공사에 의해 항공산업이 근대화와 전 세계로의 노선 확장을 꾀한 시기였다. 1989년부터 2007년까지는 아시아나항공이 등장해 복수 경쟁체제 속에서 선진화와 글로벌화, 노선 운영 및 경영의 합리화 그리고 항공 안전운항체계의 기틀을 잡은 시기였다.
올해부터 또 다른 20년은 항공업계의 무한 경쟁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이미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다양한 형태의 항공사업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 2005년 8월 청주를 기반으로 한성항공이 등장했고 2006년에는 제주항공이 등장해 김포~제주, 부산~제주 등을 운항하고 있다.
이들 양 항공사의 시장 점유율은 2006년 현재 약 2.17%로 매우 낮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작년 이후 약 10여 개 이상의 저가항공사들이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들을 통해 우리는 중국의 경제 성장과 함께 폭증하고 있는 동북아 역내 항공 수요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현재 국내선 항공시장은 이미 마이너스 성장에 들어섰고, 유일하게 기대를 걸 수 있는 곳은 국제선뿐이다. 협소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외부로 눈을 돌려야 한다.
동북아 지역에서 인적, 물적 교류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6월 중국 산동(山東)반도와 우리나라 간의 항공 자유화(일명 '오픈 스카이')로 인해 양국 인적 교류가 활성화 되고 있고, 2010년이면 중국 전역으로 항공 자유화가 확대 실현된다.
또 작년에는 일본의 지방도시들과 항공자유화를 체결했다. 작년의 경우 한·중·일 3국간에 1300만명이 항공기를 타고 상대국을 방문했다.
단기적 측면에서는 이런 상황이 항공사간 경쟁을 격화시키고 상대적으로 인건비 등이 저렴한 중국계 항공사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항공사가 유리하다고 본다.
동북아에서는 우리나라 항공사들이 가장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국내 항공사들이 일본·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항공정책에 따라 글로벌 전략적 제휴에 일찍부터 참여해온 결과이다. 이제는 신규 저가 항공사 등을 통해 동북아 역내 시장을 선점하고 이 지역의 항공자유화를 앞당겨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얼마 전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신규 항공사가 국제선에 진입하려면 운항기간 2년에 2만편의 운항횟수를 채워야 한다는 규제를 완화하도록 권고한 것은 다행이라고 본다.
침체된 국내 지방 공항들도 저가항공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 등의 전통적인 저가항공사들은 주요 도시의 제2공항을 이용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대형 공항에서 저가항공사 전용 터미널을 만들어 승객 수요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우리 지방 공항들도 이제는 외국의 저가항공 전용터미널을 모델로 삼아 새로운 수요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 또 인천공항과 같은 허브공항은 저가항공 전용터미널을 건설해 경쟁력을 유지해가야 한다.
저가항공의 성공은 일상적인 항공운송 서비스 제공에서 끊임없는 혁신을 거듭한 산물이다. 단순히 투입비용을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끊임없는 혁신을 지속하는 항공사가 기존 항공운송 시장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입력 : 2008.04.2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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