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신문 2007년 7월 13일 기고문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홍석진 교수
1989년 11월 9일 동서독을 가르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러시아를 비롯한 사회주의 체제가 급속히 붕괴되었다. 이로 인해 러시아와 동유럽 시장이 새롭게 자본주의 시장으로 편입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러시아와 동유럽 국가 뿐 아니라 인도시장이 서구사회에 적극적으로 편입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인도시장의 등장은 아웃소싱을 전 세계적으로 확산시켰다. 그리고 90년대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한 중국시장의 확산은 오프쇼어링(off-shoring)이 본격적으로 도입되어 국경을 넘나드는 생산과 조달로 생산의 글로벌화가 가속화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기업 경영의 외연이 확대되고 심화되면서 자사의 비효율적인 부문 혹은 비 핵심부문의 외주로 핵심역량 위주의 기업경영을 심화시켜 가고 있다. 특히 Drucker(2002)는 가치, 임무, 비젼을 창출하는 것 외에는 모든 것을 아웃소싱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수직적 계열화, 지속가능 성장의 걸림돌
현대기업은 초창기의 자동차 산업과 같이 수직적 계열화를 지양하고 분업화를 통해서 보다 부가가치 높은 분야에 치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평적 계열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각각의 부가가치 높은 핵심역량을 보유한 기업끼리의 연합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있는 추세이다.
따라서 현대의 많은 산업 부문에서의 경쟁은 기업 간의 경쟁 보다는 공급체인망 간의 경쟁으로 변화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 기업들은 글로벌 환경에서의 경쟁하고 저렴한 중국제품과 경쟁하기 위해 저 인건비 위주의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고 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으로 이행하는 과정에 있다. 따라서 과거의 수직적 계열화에서 형성된 기업들 간의 경쟁은 글로벌 경쟁 속에서 한계에 봉착하게 되었다.
최근에 들어서는 기업의 내부혁신을 주도하기 위해 파트너 기업의 역량을 활용하며 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Niezen, Weller and Deringer (2007)에 의하면 단지 비용절감을 위한 관계 형성 또는 아웃소싱 보다는 기업내부의 지식형성과 소비자의 욕구에 부응하는 상품의 개발과 공급체인망상의 전체 효율 극대화(global optimization)를 위한 파트너쉽의 형성을 새로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 통해 공급체인망 전체의 가치를 향상 시키고 경쟁에서 생존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파트너쉽은 장기간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욱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혁신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파트너 쉽의 유지는 전체 공급망의 효율성의 개선을 위해서는 모두 똑같이 균등하게 각자 역할을 수행하여야 하며 이익이나 성과도 균등하게 배분되어야 한다. 공급체인망 전체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급체인망 상의 신뢰를 형성하고 공급망의 통합을 이루고 협력의 효과성을 높여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돈을 지불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받는 자는 갑(甲), 돈을 받고 제공하는 자는 을(乙)로서 지위 또는 권력의 상하로 구분이 되어 있어 항상 양자 간의 갈등의 소지가 있고 갑이 을에게 비용 절감 노력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물류신문, 2007). 이러한 국지적인 비용 절감 노력(local optimization, sequential optimization)을 통해서는 글로벌한 경쟁 환경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지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신뢰의 기본은 조직문화의 이해
신뢰는 여러 경제적인 활동의 관계에 있어서 모두 존재하는 다양하고 복잡한 개념이다. 세계화와 IT 기술의 발전에 따라 비즈니스 환경이 복잡다기해짐에 따라 신뢰의 개념 또한 다양한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또한 비즈니스의 관계 구성원들의 가치, 목표, 시간의 개념, 의사결정단계, 그리고 전략 등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갈등 요소는 구성원들 간의 신뢰와 협력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각 조직이 갖고 있는 고유한 문화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전개하면서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채용된 직원들 간에도 존재하고 같은 문화권에서 채용된 직원들 간에도 문화의 차이에 의한 갈등으로 인해 신뢰와 협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조직 구성원 간 문화의 차이로 인한 갈등에 대해 Hofestede(2001)는 자신이 속한 국가 문화가 조직문화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고 있다. Hofestede는 국가문화를 권력지수, 불확실성 회피,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성향, 여성성과 남성성 그리고 장기적 또는 단기적 관점성향 등으로 구분해서 문화의 차이를 측정하였다.
기업 간의 파트너쉽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양기업의 문화나 구조가 유사하거나 일치되어야 신뢰가 형성되고 파트너쉽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할 수 있다. 파트너 회사와의 공통적 조직문화를 형성하려면 먼저 기업 내부의 조직문화를 이해하고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개발해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의 조직문화는 전통적으로 유교문화와 가족제도의 영향을 받아 수직적 조직구조와 이에 따른 직무체계가 형성되었고 상하간의 권위적 권한관계의 특징이 형성되었다. 이러한 관계구도가 외부기업과의 협력관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004년 초 풀무원이 까르푸에 30여종에 이르는 제품을 철수하게 된 동기도 이런데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정보 일방향성, SC 효율 저해
Hofstede(2001)는 53개국을 대상으로 권력지수(power distance)를 측정하였다. 그 결과 회교문화권, 유교문화권, 로만-카톨릭 계열 국가들의 권력지수가 매우 높다는 것을 지적하였으며, 특히 우리나라는 53개국 평균 57 (표준편차 22)보다도 높은 60으로 측정되었다. 권력지수가 높은 국가의 개인들은 권력을 향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고, 권력이 낮은 사람들과의 간격을 크게 하려는 욕구가 강함을 지적하였다.
이러한 성향은 오늘날의 우리나라 물류업계의 기형적인 갑과 을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더욱이 자신과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을 “을” 기업으로 한정하고 수직적인 계급으로 인식하고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때론 명령하는 관계를 형성하여 공동의 혁신과 지식과 정보의 공유와는 거리가 먼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경제가 급진적인 성장과 발전을 이루면서 점차 세계화, 다변화되고 기업의 조직문화도 다른 선진국들과 비슷한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으나 여전히 권력에 따른 정보의 일방향성이 공급체인망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의 쌍방향성을 저해하고 있다.
정보의 원활한 쌍방향성 저해로 발생하는 결품 또는 생산과잉으로 인한 판매기회 상실과 재고 및 원가 부담을 높일 뿐 아니라 기업의 위기관리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2000년 3월 17일 미국의 뉴멕시토 알버커크의 필립스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사고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로 인해 필립스로부터 부품을 공급받던 노키아는 효율적인 대응으로 이후에도 핸드폰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구가하였으나 에릭슨의 경우 핸드폰 시장에서 더 이상 사업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이유는 사내의 정보소통이 문제를 발생시킨 가장 큰 이유였다.
신뢰 기반의 혁신 네트워크가 관건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에 따른 Web 2.0 시대에는 정보의 제공자와 소비자 구분이 없어지고 모든 사람들이 정보를 제공함과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이는 정보 이용자 스스로가 컨텐츠를 제작(UCC; User Created Contents)하고 유통하여 정보가 생성되며 공급 대상자가 유한해지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이는 모든 사람들이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crowd sourcing) 상황으로 기업에서는 자신만이 정보를 생성하고 제공할 수 있다는 인식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즉, 자신의 파트너들과 신뢰를 바탕으로 파트너들로부터 정보를 제공 받고 자신이 생성한 정보를 파트너 기업이 사용하게 함으로써 정보 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하는 것이다.
P&G의 경우 기업내부의 혁신을 위해 기업외부의 아이디어를 활용하고 있으며, 동시에 기업내부의 각 종 특허(특히 사장되고 있는 다수의 특허)를 외부에 공개함으로써 활용도를 높이고 사용료 수입을 증대시키고 있다. 이를 P&G에서는 종전의 R & D(Research and Development)에서 C & D(Connect and Development)로 부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경쟁을 위해서는 파트너 기업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혁신 네트워크가 중요한 관건으로 대두하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지속시키느냐가 공급체인망의 주요한 경쟁요인이 되고 있다. http://www.kl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8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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