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홍석진 (HONG, Seock-Jin),
프랑스 보르도 KEDGE 경영대학 교수
항공운송산업에서 저비용항공사의 비중이 점차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한국도 국내선 저비용항공사의 비중이 운항횟수 기준으로 50.0% (2014년 4월 기준 - 2006년 2.1%에 불과), 국제선의 경우도 11.2% (2010년 4월은 1.8%에 불과)로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볼 때 저비용항공사의 비중은 약 26.3% (2013년 기준)로 2001년 7.8%에 비하면 3배 이상의 성장을 하였다. 특히 동남아시아는 58.4%로 점유 비중이 유럽 39.7%, 북미 30% (2012년 기준), 동북아 지역 9.3%에 비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영국은 2012년 기준 52%의 여객 (9,300만 명)이 저비용항공사를 이용하여 여행을 하였다. 2011년 대비 4%가 증가한 수치로 유럽 다른 국가 대비 높은 성장을 보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저비용항공사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점들이 있다. 소자본 (때론 영세한 자본)으로 몇 대의 낡은 (값이 싼) 항공기를 이용 저임의 인원을 고용하여 하는 사업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저비용항공사는 안전하지 못하고 서비스가 나쁜 항공사로 오해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 실제로 이런 개념으로 출발한 저비용항공사들도 꽤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성장을 계속하며 살아남은 저비용항공사들은 그들의 혁신적 전략으로 항공운송산업을 변화시켜가고 있다.
저비용항공사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운임은 고속버스와 같이 싸게 스피드는 기존항공사들 보다 빠르게”라는 케치프레이즈로 시작하였다. 70년대 초반 미국의 항공운송산업은 정부 보호 (규제적 환경) 하에 기업 내 관료주의가 만연하여 소비자 서비스 질은 떨어지고 1차 오일 쇼크로 인해 요금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었다. 그 당시 사우스 웨스트 사장 허브 캘러허는 떨어진 서비스 질 (빠르기)은 높이고 요금을 낮추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서비스의 질은 높이는데 요금을 낮추겠는가? 그래서 관행으로 여겨져 왔던 일부 서비스를 줄이는 대신 항공기 이용객의 가장 큰 가치인 시간 가치를 높였던 것이다. 또한 고객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직원 만족도가 최우선이라고 생각한 허브 캘러허는 직원들과 스킨쉽을 강화하여 미국에서 직원 만족도가 가장 높은 기업으로 만들었다. 1920년 대부터 시작된 민간항공운송서비스는 항공기 제작사의 기술개발에 의해 혁신이 주도되어 왔었다. 실제 이용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항공사에 의해 서비스가 주도적으로 혁신 된 적은 없었다. 요금을 낮춤으로 인해 서비스의 질은 떨어지지 않고 내부의 혁신과 직원의 만족도를 통해 비용을 낮춤으로 인해 요금을 인하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혁신 능력이 있는 저비용항공사는 시장에서 생존하면서 기존 항공운송산업의 질서를 개편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1997년부터 항공운송시장 통합 이후 저비용항공사의 등장으로 실질적 경쟁체제로 변하고 있다. 하버드 대학 역사학과 교수인 닐 퍼거슨은 르네상스 이후 약 500여 년 간 서구사회가 세계를 지배하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이 “경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보다 경쟁적인 산업이 혹은 보다 경쟁적 환경하에 있는 국가나 대륙의 항공사들이 보다 삘리 혁신함으로 인해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경쟁의 무풍지대로 있던 공항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공항간 저비용항공사를 유치하기 위해 유럽 공항들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특히 유럽의 지방공항들은 각 국의 수도권 공항을 중심으로 형성된 네트워크를 저비용항공사들의 유치를 통해 유럽 내 주요 도시로의 네트워크 확장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 보르도 공항의 경우 저비용항공사를 위한 전용 터미널을 2010년에 건설하여 저비용항공사 유치에 발벗고 나선 결과 2009년 3.3백 만 명에서 2013년 4.6백 만 명으로 증가하여 4년 사이 약 40%의 성장을 이루었다. 저비용항공사 전용터미널은 항공사와 승객을 위해 탄력적으로 공간 배치를 할 수 있도록 했을 뿐 아니라 면세점에서도 승객의 국적과 취향을 연구하여 맞춤형 제품을 공급하여 매출이 크게 증가하였다. 이로써 기존 항공사를 이용하던 승객 일인당 매출이 휠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휴스턴 공항 시스템은 시 인근에 있는 3개의 공항 (휴스턴 조지 부시 국제공항, 휴스턴-하비 공항, 엘링턴 공항)을 운영하고 있다. 그 중 조지 부시 공항은 허브공항으로 하비공항은 저비용항공사 전용으로 하여 공항 간 상호 보완적 기능을 높이면서 하비 공항에서의 국제선 승객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들어 동북아 시장에서는 늦게나마 저비용항공사의 붐이 일고 있다. 저비용항공사가 성숙단계에 있는 북미와 유럽에서는 중, 단거리뿐 아니라 장거리 저비용항공 서비스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라이언 에어, 이지제트 다음으로 큰 저비용항공사인 노르웨지언 에어 셔틀이 미국과 아시아 지역으로 확장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이미 에어 아시아, 제트 스타가 시작하였다.
그러나 우리가 직시해야 할 점은 경쟁 속에서 생존 할 수 있는 능력 있는 기업이 살아 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혁신을 게을리하며 기존의 항공사들과 다름이 없는 규제 하에서 안주하려는 항공사 또 기업가 정신이 없는 항공사가 규제적 환경 (노선 배분, 항공사 소유권 등)의 틀에서 만 생존하려고 해선 안 될 것이다. 동북아 시장이 보다 자유화 된다면 유럽에서와 같이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적은 국가의 항공사의 도태를 쉽게 예상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벨기에 사베나, 스위스의 스위스 항공 (후에 스위스 인터내셔널로 재탄생)은 시장에서 사라졌고, 네널란드의 KLM과 스페인의 이베리아는 규모가 큰 에어 프랑스와 영국항공으로 흡수 합병 되었다.
우리나라의 공항들은 해외 유수 기관들로부터 최우수 공항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저비용항공사 유치 측면에서는 아직도 준비가 부족하다. 지방공항에서의 국내외 저비용항공사 유치뿐 아니라 수도권 공항에서 저비용항공사를 어떻게 유치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최근에 국토교통부에서는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의 사용료 감면과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한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공항에서 특정항공사를 위해 사용료 감면은 세계민간항공기구에서 정한 사용료 부과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 그리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또 하나의 규제적 환경 하 에서의 혜택이 될 수 있다. 항공사는 오로지 자신의 소비자 가치를 올려 주면서 비용을 줄이는 방법으로 혁신할 수 있도록 토양이 조성되어야 한다.
공항은 저비용항공사가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전용 터미널을 만들어서 그 속에서 그들 자신이 비용을 절감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김포공항 일부를 저비용항공사 전용 터미널로 조성하여 항공사 스스로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을 찾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끝//